등대는 말이 없다.
사람들이 몸에 낙서를 하든, 밀어를 속삭이든,
슬픈 연가를 부르든 말든 서 있을 뿐.
그 무심함 뒤 숨겨놓은 우직한 연정!
하나만 바라보는 등대가 좋다.
사랑을 아는 등대가 좋다.
그래서 우리는 등대로 가나 보다.
(▲ 한낮의 이글거림이 서서히 잦아들고 밤이 조금씩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할 때, 그 시간이 바로 이호 목마등대가 가장 멋진 모습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제주에 트로이 목마가 있다?! 물빛이 맑고 푸르기로 소문난 이호테우해변은 서쪽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인 용담해안도로와 하귀-애월해안도로 중간에 위치해 있다.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풍덩 빠져보는 이호테우해변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명물은 바로 목마처럼 생긴 빨갛고 하얀 등대이다. 제주 몽생이(馬)인지, 아니면 진짜 트로이의 목마인지 저 멀리서부터 눈에 확 띄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한다. 이호 목마등대는 제주도의 조랑말을 형상화해서 만들어져 그 어느 등대보다도 제주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 위풍당당한 모습의 하얀등대. 바다위를 달리는 날쌘 몽생이처럼 보인다.)
마치 몽생이가 바다를 달려가는 느낌! 해변 풍경과도 잘 어울리고 그 크기도 어마어마해 이호의 랜드마크가 된 목마등대는 제주시의 야간관광명소이기도 하다. 특히 해질녘에는 태양이 목마등대 머리에서 서서히 바다로 떨어지는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등대는 빨간색과 흰색 두 종류가 나란히 있어 한 쌍의 부부인지 연인인지 우리를 궁금하게 한다. 혼자 외롭지 말라고 두 마리로 만들었을까? 만든이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멋진 등대가 두 개나 있으니 보는 사람은 즐겁기만 하다.
(▲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할 때에는 이호테우해변의 물빛과 목마등대, 그리고 바다로 떨어지는 태양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다가 해를 삼키고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면 등대 주변 산책로에 하나 둘 조명이 켜지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8만 평 바다 위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LED조명! 철썩철썩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반짝이는 조명쇼를 보고 있노라면 꿈길을 걷는 듯 몽환적인 기분도 든다. 산책로를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목마등대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 포구에 정박된 보트와 늠름한 목마등대가 한 폭의 그림 같다.)
등대 주변 이호테우해변은 한치잡이 배들이 별처럼 반짝반짝 떠 있어 여름바다의 운치를 더해준다. 한낮보다 더 아름다운 여름밤, 캔커피를 들고 이호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목마등대만의 특별함과 밤바다의 낭만까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등대에 가면 낭만적인 기분이 든다. 아마도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단골 장소이기 때문이리라. 나도 그리운 이에게 마음을 담아 쪽지를 남겨본다.)
* 글/이유민, 사진/오진권 (아이러브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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