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에 바라보는 한라산에 저리 눈이 많이 쌓인 모습은 그리 흔한 게 아니다.
수십년만의 2월 한파에다 워낙 많은 눈이 내리고 쌓인 한라산이기에 지난 며칠동안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꽤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말이다.
어제부터 다시 추워진 날씨에 오늘의 행선지는 서귀포를 정했다.
겨울에는 서귀포의 기온이 제주시와 비교하여 통상 2~3도가 높고 바람도 덜 불기에 이왕이면 따뜻한 곳을 찾자는 셍각에서다.
오늘도 연무는 사방에 가득하고 각시바위 정상에 오르니 한라산은 구름에 가려 전혀 보이질 않는다.
거의 일년만에 산행에 동참한 따오기님이 "조금만 기다리면 반드시 한라산이 보일거"라며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다.
커피를 마시며 담소도 나누다보니 정말로 한라산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파란 하늘이었더라면 정말 멋드러진 풍경이 연출될텐데 구름과 하늘과 연무가 동색.
제주은 어디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한라산이 보이고 바다가 보여야 제격인데 오늘도 바다쪽은 영 신통치 않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컷.
바다를 배경으로 또 한 컷.
하산 길, 잠시 햇살이 비친다.
각시바위 산행로는 동백나무가 많이 자라서 겨울에도 상록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햇살이 비치자 하늘도 걷히길 기대헸지만 그건 희망사항이었을 뿐.
이어서 고근산을 올랐다.
멀리 군산, 산방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송악산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가파도와 마라도는 눈을 밝히니 아슴프레 비친다.
하늘색이나 바다색이나 역시 동색.
멀리 바라보이는 영실 병풍바위의 모습.
눈이 녹기 전에 영실코스를 경유하여 윗세오름을 올랐으면 하던 생각은 아무래도 다음 겨울을 기약해야 할까보다.
고근산을 거쳐 걸매생태공원을 들렸다.
지난해에는 오늘보다 일주일쯤 뻘리 들렸는데도 매화원에는 청매, 홍매가 만개한 모습이었는데 이곳 또한 추위 탓에 개화가 늦어 비로소 하나씩, 둘 씩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엊그제는 복수초를 만났고 오늘은 매화를 만났으니 이제 마음 속으로는 봄이 열리고 있다.
활짝 봄이 열려도 마음이 춤고 닫히면 그게 바로 춘래불사춘일텐데 아직 바깥 공기는 차갑지만 마음에서 봄은 기지개를 펴고있으니 그게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꽃샘 추위야 아직 남아있지만 3월은 더 화사하고 따스하게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
201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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