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라도 한바탕 쏟아질것 같은 하늘이다.
올 가을은 계절에 어울리는 맑고 푸른 하늘을 거의 보지 못한것 같다. 엊그제는 한라산에 4백밀리에 가까운 비가 내렸고 평화로에서는 안개 속에서 29중 충돌사고가 나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이제 일상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밀감 수확철에는 주말이면 농장으로 가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름산행을 약속하기가 어렵다.
오늘 산행을 약속했던 고인돌님이 갑작스런 사정으로 불참을 알려오니 나와 에누리님 둘이서만 나서야할 상황.
에누리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그렇다면 오늘은 쉬는 걸로 하자는 답신이 온다.
결국 늑장을 부리며 일어나서는 그냥 방콕 하기는 아무래도 엉덩이가 들썩거려 가까운 오름이라도 오를 요량으로 별도봉을 찾았다.
예전에는 가끔 오르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족히 3년은 넘은 것 같다.
먼저 별도봉을 오르고 사라봉으로 향하는 산책로.
평일에도 사람이 많지만 주말이면 북적거릴 곳인데 오늘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날씨 탓이다. 어제와 비교하여 기온이 10여도나 곤두박질 치고 바람마저 거세다보니 아마도 따뜻한 방에 머무르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하긴 워낙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곳을 찾지않게 된 것이 원인이니 오늘같기만 하면 자주 찾아올텐데 말이다.
별도봉 산책길에는 끝물인 산국의 모습들이 더러 보이더니 사라봉 오르는 길에는 털머위가 아직도 고운 모습으로 반긴다.
사라봉 정상에 다다르니 수선화가 곧 피어날듯이 꽃망울을 열고 있다.
이제는 꽃이 피어날 시기를 정확히 예단하는 것이 어렵다.
지들이 피어나고 싶으면 아무때고 꽃을 피우는 엿장수 마음이 되어버린 걸까?
집을 나설 때는 꽤 쌀쌀한 날씨라서 몸이 움추러드는 느낌이었지만 걷다보니 목줄기에는 조금 땀이 밴다.
차라리 조금 더 먼곳으로, 조금 더 높은 오름을 올라볼 걸 그랬나?
그래도 이렇게 훌쩍 오름을 오른 것만으로도 기분은 한결 상쾌하다.
하산 길, 무더기로 피어난 개나리를 만난다.
이제 겨울은 시작할 무렵인데 벌써 봄꽃이 활짝 피어났으니...
그래.
다가서는 계절은 겨울이 분명하지만 마음은 봄처럼 따사하게 가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자.
세상은 어수선하고 어렵지만 곱고 밝은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2011. 11. 20.
'자파리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애정남이 필요해 (0) | 2011.11.24 |
---|---|
[스크랩] 제주 겨울바다의 추억 만들기! (0) | 2011.11.22 |
[스크랩] 들꽃 세상(2011) _ 19 (0) | 2011.11.15 |
[스크랩] 해국은 (0) | 2011.11.14 |
[스크랩] 가을엔 (0) | 2011.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