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리님

[스크랩] 가을, 그리고 억새

속심해 2010. 11. 22. 19:38

 

 

 

 

 

 

 

억새숲에서/ 조선윤
 
아름다움으로 가는 시간
사랑이 머무는 하늘가에
억새숲을 걷노라니
가는 계절이 아쉬워
찬기운이 묻어나는 하늘 향해
흔드는 야윈 손이 애처롭다
 
가만히 노저어 가는 마음
스쳐 밀려오는 그리움
행여 맑은 소리 밟으며 올 것 같아
아늑한 노을빛 은빛 억새
푸른 창공 향하여
나는 고운 햇살 그리움으로
손짓하는 파도가 된다
 
아름다운 사랑도 언젠가는
때가 되면 저무는것을
괜스레 눈물이 핑 도는것은
세월이 가고 있음인가
가을은 조용히 흔들린다
억새도, 내 마음도 흔들린다.
 
 

 

 

 

 

 

 

억새꽃/ 양전형
 
처음엔
꽃이 아니려 했지
 
날마다
소슬바람 다가와
속삭이며 쓰다듬어
 
끝내
유혹을 못견디고
남몰래 새벽이슬 떨구며
살그머니 피인 건
아, 실로 부끄러워
 
이즈음
바람 올 때마다
고개 숙여
달아나려 하지
 
 

 

 

 

 

 

 

억새/ 최지윤
 
피어나는 눈이 있어
가을 하늘은 온통 파랗다
 
그 하늘에 바람이 있어
가을 산은 온통 뜨겁다
 
흔들리는 대궁에
흔들리는 마음을 걸어두고
흔들리는 하늘도 걸어두고
 
다 털었다
대궁위에서 눈으로 날리었다
가슴에서 바람으로 날리었다
 
버려도 버려도
꼿꼿한 대궁은 남고
비워도 비워도
꼿꼿한 심지는 남고
 
코등이 알싸한
눈물 한 방울도
하늘에 남고‥‥‥
 
 

 

 

 

 

 

 

억새꽃 하얀 들에서/ 강 경우

 
곧은 들길을 달려 억새 벌에 이르면
다신(茶身)을 닮은 하늘이 저리도 슬프다
오이 속 빛 향그런, 그런 사랑이 아쉬워
차 한잔을 따라 들고
멀리 하늘 끝 바다를 본다
탁 트인 평원 
서릿발 올올이 
육신 보다 먼저
탁한 영혼을 빗어 내 버리면
굳어서도 억새는 꽃이라 하지 않던가
그대 떠나시던
그 날의 초심(初心)으로
나, 저 꽃에 스미면...
 
젖가슴 부픈 듯 오롯한 오름
멀리 하늘 위로 부우옇게 뜬 작은 섬
옹기종기 모여 사는
부우우! 뱃고동 소리가 슬픈 사람과 사람들
활짝 열린 문틈으로 고압선 높다라니
구멍 송송 성글은 돌담도 굽이굽이
이어도, 저 이어도를 그리던
전설처럼 슬픈 아낙의 동백꽃은 지고
보온 병 따스함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아릿한, 한 말씀
나, 몸조심하라던
치자빛으로 고여 넘실거리는 소리가 있어
뒤를 돌아다 보지만
여울져 굽이치는 억새꽃 하얀 들에
휑한 바람 소리 뿐
번지는 꽃물처럼 물이 들 것만 같아 꼭 깨문 입술이 
애써 하늘을 보면서 구름, 하늘에 하얀 구름 
마른 풀 냄새 더불어 다(茶) 향이 새롭다
 
서늘하지만 풀을 베어낸
빈 목장의 하늘은 한가로워
잔솔 가지에 이는 바람을 타고 황조롱이는
한 점 노리고 날다가 땅을 향해 내리꽂힌다
잠시 혼란스럽다. 분명
황조롱이의 사냥은 삶이며 사랑이다. 그러함에도
억척으로 그편에 서 보지 못한 가난이
나, 이처럼 여기 혼자다
"그래요, 미안하오."
"모질지 못한 나를 용서하구려."
때늦은 헛소리가 허공에서 메아리쳐
되돌아선 화살처럼 점 점으로 박힌다
되돌아서 오고 가기엔 너무 멀어
비잉 두른 섬 자락을 경계하고 남은
바다는 하늘이다
바다 끝
머언 이국(異國)의 하늘을 본다 .

 
 

 

 

출처 : 자파리세상
글쓴이 : 자파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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