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 캐는 "구슬할망" 이야기 - 제주해녀의 땀방울이 진주가 되어...
옛날 조천면 신촌리 큰물머리(포구이름)에 사는 김사공은 청각, 미역, 편포(마른오징어) 등의 제주 해산물을 공물 진상 하기위해 서울을 자주 왕래하던 사람이었다. 어느 해에 김사공이 서울로 올라가 진상을 하고 돌아가는데 인가도 없는 곳에서 사람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에 궁금하여 소리를 따라 가보니 논두렁에 처녀가 울고 있었다. 처녀는 서대문 밖 허정승의 딸로 부모의 눈 밖에 나 종들이 가마에 태워다가 이곳에 버려두고 가버려서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어 서러움에 복받쳐 울고 있다는 것이다. 측은한 마음에 머뭇거리는 김사공에게 자신을 데리고 가주기를 간청하였지만 자신은 제주사람이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하였다.
이때에는 제주에 마음대로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던 때였다. 그래도 좋으니 데려가만 달라고 울며 매달리는 처자가 불쌍하여 결국 도포자락에 숨겨서 제주 가는 배에 태웠다. 제주에 배가 닿았으나 관원이 알면 엄벌이 내릴 것이므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래 처녀를 배에서 내리게 해서 집에 데리고 가 일체 바깥에 소문이 안 나게 조심조심하였다.
한 해 두 해 세월이 흘러서 처녀도 어느덧 열여덟 살이 되었다. 하루는
“저 바다에 호이호이하는 소리는 무엇이우꽈?”
하고 처녀가 물었다.
“제주에서는 험한 일을 해야 살 수 있다. 망사리, 테왁, 비창을 걸머지고 전복, 소라, 미역을 따는 해녀가 내는 숨비소리다”
라고 김사공이 말하니 자신도 해보고 싶다고 하였다. 처녀는 그날부터 바다에 들어가 해녀 일을 하기 시작하여 해녀들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는 상잠수가 되었다. 커다란 전복과 또 전복 속에서는 진주가 마구 쏟아져 나와 어느덧 부자가 되었다. 허정승 딸인 처녀와 김사공은 백년가약을 맺어 즐거운 나날을 보내었고 진주를 임금님께 진상하였더니 김사공에게는 동지(同知) 벼슬을 하사하고 부인인 허정승 딸에게는 칠색 구슬을 선물로 하사하였다. 그래서 뒤에 구슬할망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죽은 뒤 아홉 딸들은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상을 잘 차려서 모시었으며 그 때문인지 딸의 자손들은 크게 번창하여 구슬할망은 자손을 번창시키는 조상으로 모셔졌다.
옛 제주해녀가 바다에서 채취한 것은 미역, 청각, 우미와 같은 해조류와 전복과 소라 등에서부터 진주까지 캐었음을 알 수 있다. 진짜 진주를 캐었을까? 라는 의문은 남지만 해녀들이 바다에서 물질하여 집안을 번창시켰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는 숨비소리가 울려 퍼지는 제주바다! 아름다운 제주바다에는 제주해녀들의 용기와 강인함이 녹아있다. 무심코 스쳐 지나는 바다를 이제는 가만히 응시해보자. 넘실대는 바닷물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강인한 제주여인, 제주 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찾아내는 것은 진주보다 값진 삶에 대한 열정이 아닐까.
●숨비소리 : 해녀들이 해산물을 따고 물 위에 나와서 급히 숨을 내시는 소리
●망사리 : 채취한 해물 따위를 담아 두는 그물로 된 그릇
●테왁 : 박의 씨 통을 파내고 구멍을 막아서 해녀들이 바다에서 작업할 때 의지하는 물건
●비창 : 조개류를 잘 딸 수 있게 단단하게 만든 무쇠칼
●물소중이 : 해녀들이 수중작업("물질") 할 때에 입는 옷
●상잠수 : 숨이 길고, 가장 잠수기술이 뛰어난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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