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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주의 돌문화 `산담`

속심해 2012. 6. 13. 20:21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가까이 와 닿는 산담. 소박한 산담이 다소곳하게 앉아 지나가는 이들에게 친근하게 손짓하는 들꽃 하나를 건네준다. 따뜻한 어머니 손길 같기만 한 情이 느껴지는 풍경 하나.
 
제주를 여행하다 가장 쉽게 접하면서도 가장 이질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하나 있다. 고개를 돌리는 곳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제주의 무덤으로 360여 개의 오름(기생 화산)과 들녘, 경작지, 밭 등을 불문하고 들어서 있음을 볼 수 있다. 무덤이라야 매장식을 행하는 곳 어디나 그 형태가 비슷하나 제주에서는 그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 이채로움을 느낀다. 이는 봉분과 비석으로만 이루어진 타도의 무덤 형태와는 달리 ‘산담’이라 하는 무덤 봉문을 둘러친 사각모양의 축조된 돌담이 궁금증과 신기함을 불러일으킨다.
 

 

‘산담’은 그 형태가 사각형의 모양이 대부분이며 간혹 둥근 원형의 모양으로 쌓아놓기도 한다. ‘산담’의 폭 또한 규정된 것 없이 제각각의 넓이를 유지하고 있다. 1m정도의 폭을 가진 산담이 있는가 하면 외줄로 위험스럽게 쌓아 놓은 형태도 있다. ‘산담’의 축조는 장례 당일에 행하기도 하며 장례를 치르고 난 후 다른 날을 택해서 하기도 하는데 제주 상례 절차에 있어서 또 하나의 고역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일상의 밭담 형태의 얼기설기한 형태가 아닌 돌의 모든 면을 짜 맞추어 틈이 없이 축조해야 하는 기술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으로 상자(喪子) 상황을 고려하여 본다면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산담’을 포함한 무덤의 면적과 산담폭의 넓이로 그 가문의 위세를 점치기도 하는데 이는 ‘산담’을 축조하기 위한 노동력을 부릴 수 있는 재력과 넓은 무덤을 씀으로서 가문의 세를 과시하는 것으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이러한 ‘산담’의 축조 이유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예부터 마소를 들에 방목했던 탓에 이들의 분묘 침입을 막기 위함이라던가, 산불이 났을 경우 불길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등 나름의 이유를 단 설명들이 많지만 들이 아닌 마소 방목이 없고 산불의 위험이 없는 밭 한가운데의 무덤에서조차 산담을 두른 모습을 보면 조금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이런 연유로 ‘산담’의 축조 이유는 무덤의 경계, 영역을 확정한다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례로 제주의 세시 풍속인 벌초(음력 8월 초하루. 제주에서는 이날 가문 일파가 한데 모여 조상묘를 벌초한다.)의 경우를 보면 봉분 및 산담 안쪽만을 벌초하는 것이 아니라 산담 바깥으로 약 1m 정도의 외곽까지 풀을 베어 내는데 이는 무덤의 경계가 산담 바깥으로부터 외곽 1m 정도까지 무덤의 영역이라는 것을 뜻함이라 짐작된다.
 
‘산담’의 구조는 단순하다. 봉문 주위로 사각의 담을 쌓아올리면 그만인 형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담’을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한 귀퉁이로 절개된 곳이 있는데 이를 ‘신문(神門)’이라 하며 무덤의 망자가 바깥(산담 밖)에 외출을 하기 위한 문으로 생각하면 된다. 즉 봉분은 망자의 집이고 ‘산담’은 집의 울타리, 신문(神門)은 대문으로 그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

 

 

가족묘와 공동묘지가 마을별로 조성된 지금은 ‘산담’의 축조를 볼 수가 없다. 무덤의 조성이 좁은 국토의 비효율적 사용이라는 지적이 대를 이루고 있는 지금, 제주의 무덤이 가장 먼저 그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제주의 돌 문화와 생활 문화를 이야기함에는 빼질 수 없는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제주의 독특한 문화. 깊게 살펴보면 참으로 애정 깊은 것들뿐이다. 
 
 
글/신순배(제주풍림리조트콘도) www.buds.pe.kr

 

☞ 자료 출처 : "제주몰" www.jejumall.com

 
 

 

출처 : 자파리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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