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중제(百中祭) 제사이야기 - 마을을 지킨 백중의 지혜와 용기
거북아!~ “아까는 깜빡 잊어서 말을 잘못했다. 비는 다섯치만 내리게 하고 바람은 불지 않게 하라.”
해마다 음력 7월 14일이 되면, 제주도의 여러 마을에서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백중제"라는 농사를 위한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 ‘백중제’라는 제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옛날 차귓뱅 뒤, 백중이라는 목동은 매일같이 바닷가에서 마소를 먹인답니다. 하루를 바다에서 보내는 백중은 어느날 평소와 다름없이 마소를 먹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구름을 탄 옥황상제가 위엄있는 얼굴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깜짝 놀란 백중은 큰 소리가 나는 곳을 웬일인가 싶어 바위 뒤에서 숨죽여 보고 있자니까 옥황상제는 큰 소리로 바다를 향하여 “거북아!"하고 하늘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불렀답니다. 잠시 후 아주 큰 거북이 바다 위로 서서히 떠올랐습니다. 엄청난 거북이 나타나자 깜짝 놀란 백중은 호기심이 생겨 좀 더 가까이에서 숨어서 엿듣기로 했지요.
"거북아, 오늘밤에 석 자 다섯 치의 비를 내리게 하고 바람과 비가 아주 많게 하라." 이 말을 남기고 옥황상제는 유유히 하늘 위로 올라가 버렸답니다. 그런데, 백중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큰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석 자 다섯 치의 비와 폭풍이 내리치면 홍수가 날 것은 물론이고 가축이 모두 죽어버리고 곡식이 모두 망가져 농사를 망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지요. 옥황상제가 하늘 위로 사라지자마자 그는 언덕위로 급히 올라가 옥황상제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거북을 불러내서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까는 깜빡 잊어서 말을 잘못했다. 비는 다섯치만 내리게 하고 바람은 불지 않게 하라."
거북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날 저녁에 비는 백중의 말대로 석 자 다섯 치의 비만 내리고 바람은 불지 않았습니다. 홍수가 났지만 큰 피해는 없어서 마을 사람들은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답니다. 그런데, 하늘에서 지켜본 옥황상제는 자신이 명령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무척 화가 났습니다. 크게 노한 옥황상제는 차사에게 백중을 잡아오도록 하였는데, 백중은 옥황상제의 벌을 받느니 스스로 죽는 것이 낫다 생각하고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백중의 지혜와 용기 때문이었는지 그 해는 대풍작이었답니다. 농민들은 그 후로부터 백중의 지혜와 용기 덕분에 마을에 피해가 없고 풍작이 연이은 것에 대한 은혜를 감사히 여겨 해마다 그가 죽은 날이면 제사를 지내어 그의 혼을 위로하기로 하였지요. 마침, 이 날(백중이 죽은 7월 14일)은 백중날이라 하여 물맞이와 해수욕을 하는 풍속이 생겨났고, 더불어 이 날에 물맞이나 해수욕을 하면 만병에 약이 된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물을 맞거나 해수욕을 한답니다. 또, 이 날에는 백중의 덕분에 마늘 따위도 심으면 잘 되어서 백 가지에 벌어지는 등 풍작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백중제"는 한 목동의 혼을 위로하기로 한데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오늘날 이 백중제는 풍년을 기원하는 농민의 뺄 수 없는 귀중한 제사가 되어 버렸답니다.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마을의 풍요를 바라는 백중의 따뜻한 마음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의미를 줍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자칫 ‘나 혼자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할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를 생각한다면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모두를 위한 것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백중의 이야기가 아직까지 귓가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ijeju'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기우제와 용연 (0) | 2012.06.20 |
---|---|
[스크랩] 제주의 돌문화 `산담` (0) | 2012.06.13 |
[스크랩] 천상의 정원 `한라산 철쭉제` (0) | 2012.05.30 |
[스크랩] 원시적 어로 장치 `원담` (0) | 2012.05.23 |
[스크랩] 삼성혈 - 삼성신화 (0) | 2012.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