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설화, 신성한 제주의 혈을 끊은 "호종단"
(제주도전설,호종단전설,제주도설화)
산방산을 끌고다니는 용머리와 지장샘의 수호신,
그리고 그 혈을 끊으러 중국에서 온 호종단.
제주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풍광에 얽힌 신기한 설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제주도는 섬이었으나 한라산의 웅장한 혈기가 뻗어 앞으로 인재가 많이 태어날 혈맥을 갖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진시황제는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고 두려워 했습니다.
“지금 당장 제주 섬으로 가서 물혈을 끊도록 해라! 그렇게 하면 인재가 날 수 없으리라 ”
진시황제는 지관인 호종단을 보내어 제주도의 혈맥을 끊도록 했습니다.
황제의 명령을 받은 호종단은 바로 제주로 향했습니다. 그가 가진 지리서에 의하면 탐라는 신선의 땅이요,
위대한 인물이 태어날 땅이었습니다. 배가 제주의 포구에 닿자 호종단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마을 이름을 물었습니다.
“이 마을은 종달이라고 합니다.”
“뭐라고 종달이라고? 내 이름과 비슷한데 그 것 참 괘심하구나.”
호종단은 큰 지관이었지만 심성이 아주 나빴습니다. 마을 이름이 자기 이름과 비슷한 것이 기분이 상해서 마을의 샘인
‘물징거’의 혈을 끊어버렸습니다. 물징거를 시작으로 호종단은 동쪽으로부터 자근자근 물혈을 끊으며 나아갔습니다.
서귀포의 홍로 마을에 이르렀을 때, 지리서에는 홍로에 유명한 샘이 있어 이름이 ‘꼬부랑나무 아래 행기물’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그 근처의 밭에는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나 좀 살려주시오!”
갑자기 농부 앞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저어기 지장새미로 뛰어가서 물 한 그릇을 떠다가 이 소 길마 밑에 놓아주시오.”
노인이 하도 다급하게 하는 부탁인지라 착한 농부는 영문도 모르고 물을 떠 놓았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릇에 물을 뜨고 나자 샘물이 순식간에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참 이상한 일도 있구나…’ 조금 있으니 왠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이보시오. 이 근방에 ‘꼬부랑나무 아래 행기물’이 어디요?” “그런 데는 없습니다.”
“분명 이 근처인데 정말 모른단 말이요?”
“꼬부랑나무 아래 행기물이 어디 있습니까? 내가 사십년을 살았지만 그런 곳은 들어본 바가 없소.”
이에 호종단은 이놈의 문서가 헛된 것이라고 화를 내며 책을 찢어버렸습니다.
호종단이 사라지자 소 길마 밑의 물그릇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더니 백발노인이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노인은 신선이십니까?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덕분에 목숨을 건졌소이다. 조금 전의 그 사람은 중국에서 온 호종단이고 나는 지장새미의 수신이요.”
“그럼 꼬부랑나무 아래 행기물을 찾던데 그건 무엇입니까?”
“꼬부랑나무는 나무를 구부려 만든 저 소 길마를 말하는 것이고 행기물은 작은 그릇에 담긴 물, 즉 나를 뜻하는 것이라오.
호종단이 나를 찾아내서 죽여 버리면 지장새미는 물이 마르게 되고, 이 땅에는 사람이 살 수 없게 되니 인물도 나지 않게 된다오.”
착한 농부 덕분에 지장새미는 호종단의 마수를 피하게 되었고 생수는 지금도 마르지 않고 샘솟고 있다고 합니다.
지장새미의 수혈을 뜨는데 실패한 호종단은 서귀포를 지나서 제주의 서쪽으로 갔습니다.
안덕에 이르자 산방산의 우람한 산세가 압도하듯이 다가왔습니다.
산방산 기슭에 서서 주위를 살려보니 산방산 앞 용머리가 산방산을 끌고는
그 옆에 형제섬 너머까지 나갔다가 들어오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호라 용머리 형상이 분명하구나. 이 정기를 받은 인물이 태어나면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구나.”
호종단은 용의 등허리에 해당하는 지맥을 찾아내어 혈을 끊어버렸습니다.
새빨간 피가 뭉클뭉클 솟아올랐고 어찌나 혈맥이 센지 한번만 끊어서는 알 될 것 같아 그는 토막토막 혈맥을 끊었습니다.
그러자 바다로 뻗어나간 지맥이 피를 흘리며 꿈틀거리고 파도가 포효하며 울었습니다.
호종단이 제주 섬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산천의 혈맥들을 끊어버렸기 때문에 샘물도 귀하고 인물도 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호종단은 웬만한 제주 섬의 혈맥들은 끊었다고 여겨지자 고산에 있는 자구내 포구에서 배를 타고
곧장 중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이 때 한라산신은 콸콸 솟아나던 샘물이 마르고 혈맥을 끊긴 땅들이 울부짖는 신음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괘씸한 호종단의 행적을 찾아보니 순풍을 타고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한라산신은 매가 되어 날아올랐습니다.
“산방내기야! 바다의 용신아! 일어나서 호종단를 벌하여라”
산방산에서 일어난 회오리바람 산방내기는 순식간에 호종단의 돛배를 덮쳤습니다.
광풍에 걸려든 배는 팽이처럼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집채만한 삼각파도가 광풍과 합세하여
배를 번쩍 들어 자구내 앞 바다에 있는 섬의 암벽에 내팽개치기를 연이어 세 번, 널조각 하나조차도
성한 것 없이 배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천하제일의 술사라 자랑하던 호종단도 꼼짝 못하고 바다의 제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고산의 자구내 포구 앞 바다에 있는 섬은 호종단이 돌아가는 것을 차단했다하여
차귀도라 부르게 되었고 이곳에 차귀당을 세워 한라산신의 영렬한 호국을 숭경하는 제를 해마다 지내게 되었습니다.
'ijeju'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방사탑 (0) | 2016.05.15 |
---|---|
[스크랩] 역시 대한민국! (0) | 2016.04.01 |
[스크랩] 산담 (0) | 2016.02.16 |
[스크랩] 김통정 장군과 항파두리성 (0) | 2015.11.09 |
[스크랩] 초가 (0) | 2015.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