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리님

[스크랩] 가을을 헤매다

속심해 2012. 11. 7. 21:48

 

 

엊저녁에 확인한 오늘의 날씨는 구름만 조금 끼는 맑은 날이었는데 밤새 비가 좀 내리더니 하늘은 온통 먹구름이다.

단풍을 즐기기에는 이미 늦어버렸지만 그래도 그 끝물의 아름다움은 사진에 담을 수 있을거라며 오두막님과 둘이서 나선 산행 길.

고운 사진은 햇살이 비치는 파란 하늘이 필수이니 아무래도 신통치 않은 느낌이 들지만 날씨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만 잔뜩 품으며 걸음을 내딛는다..

 

 

 

 

석굴암 가는 길.

경주 석굴암이 아니라 한라산에 있는 조그만 암자 이름이 석굴암이다.

평일인데도 주차장에 세운 차들이 가득하여 의아했는데 가만 생각하니 모레가 수능일이다.

 

 

 

 

줄줄이 늘어선 소나무 사이로 내다보이는 가을풍경이 곱다.

꽤 쌀쌀한 날씨인데도 가파른 경사 탓에 숨이 차오르고 땀이 흥건해진다.

 

 

 

 

가고싶은 곳이 따로 있어서 샛길로...

밤새 내린 비 때문에 바지는 순식간에 젖어버린다.

 

 

 

수북이 쌓인 낙엽더미를 원없이 걸었다.

허리까지 자란 조릿대를 헤치며 걷는 일은 고역이지만 발바닥에 느껴지는 부드러움이 있어서 낙엽 밟는 즐거움이 더 크다.

 

 

 

세 시간쯤을 걸었다.

이제 목적지가 멀지 않았는데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어라, 이게 아닌데....

 

 

 

산행을 계속할 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해야할 상황이라 일단 요기를 하면서 날씨를 살피기로 하고는 준비해간 김밥과 라면으로 점심을...

걸음을 멈추니 어느새 추위가 몰려와 라면 국물의 따뜻함을 느끼질 못하겠다.

나나 오두막님이나 약속이나 한듯이 콧물을 주루룩~~

 

 

 

커피를 타 마시면서 열심히 주변을 살펴보지만 날씨가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이라면 사진이고 뭐고 자칫하다가는 길 잃고 헤매기가 십상이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하산하기로 결정하니 조금은 맥이 빠진다.

 

 

 

한 시간쯤을 내려오니 안개가 걷힌다.

뒤돌아보니 한라산쪽은 여전히 구름이 잔뜩. 하산 결정은 잘 한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데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서 잠시 멈칫.

지난 여름부터 일요일마다 나서던 오름 산행을 거의 거르다보니 갑자기 힘든 산행을 나선 탓에 나타난 후유증인가 보다.

  

 

 

비록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오지 못한 산행이었지만, 안개 탓에 이리저리 헤매다 돌아선 길이었지만 그래도 산행은 언제나 즐겁다.

바로 일탈의 그 즐거움으로...

가을에 풍덩 빠지고 싶다던 욕심은 결국 가을을 헤매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말았다.

 

이제 슬슬 체력을 다져놓아야 겨울이 되면 한라산의 설경을 담으러 나설 수도 있을 터.

체력보다는 근력이라는 말이 어울릴 건가?

 

 

2012. 11. 6.

 

 

출처 : 자파리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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