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리님

[스크랩] 개민들레와 놀다

속심해 2012. 5. 13. 20:43

 

 

개민들레가 한창이다.

시내를 벗어나 중산간도로를 달리거나 아무곳이든 오름을 오르면 사방은 온통 개민들레 천지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사실은 천덕꾸러기. 왕성한 번식력으로 산야를 온통 덮어가지만 소나 말은 거들떠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눈에 보이는 모습은 아름다우니 원.

 

 

 

오늘은 피뿌리풀을 찾아 나선 길이다. 해마다 그 개체수가 줄어들어 이제는 만나기가 그리 쉽지않은 터라 높은오름에서 보인다는 귀동냥을 전해 듣고는 높은오름에 올랐다.

밤 늦게 비가 온다는데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날씨에 바람마저 세다.

소식을 전해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묻고는 이리저리 찾아 헤맸지만 끝내 모습이 보이질 읺는다.

경방초소에 있는 산지기가 우리에게 다가서서 무얼 찾느냐 묻기에 피뿌리풀을 찾는다 했더니만 지난해에는 몇 개 보이더니 올해는 보이는 게 없다고 한다. 무작정 헤맨다고 될 일이 아니기에 오름 능선과 분화구 안을 대충 둘러보고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어 아부오름에 올라 높은오름을 배경으로 인증샷.

 

 

 

지난해 아부오름에서 피뿌리풀을 만났던 곳을 찾아가 주변을 한 시간 넘게 누비고 다녔지만 소득은 전무.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고개만 돌리면 사방에 보이던 꽃인데...

식생의 변화라기 보다는 꽃이 예쁘다보니 무분별한 남획에 의해 사라져버린 원인이 제일 크다.

예쁘거나 귀한 꽃이면 보이는 족족 채취해 가는 사람들 탓에 이제 그 자리를 채우는 건 바로 저 개민들레 같은 녀석들 뿐인가 보다.

 

 

 

 

꿩 대신 닭이라던가.

빈손으로 돌아설 수는 없는 일이기에 높은오름에서는 국수나무를 찍고, 아부오름에서는 좀가지풀을 찍는 것으로 대신하고 말았다.

꿩의밥, 등심붓꽃, 찔레꽃, 장딸기, 둥글레 등도 보였지만 바람과 싱갱이를 하지 않기로 마음 먹고는 패쓰1

 

 

 

돌아오는 길.

도로변에는 마치 심어놓은 듯 개민들레가 가득하다.

개민들레와 놀았는지 개민들레가 놀린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나들이.

그래도 놀았다 하자. 그게 속 편하니까.

 

 

2012. 5. 13.

 

 

 

 

 

 

 

출처 : 자파리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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