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추자도 `용둠범` 전설
★ 추자도 "용둠벙" 전설 - 왕지네(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다.
제주도로부터 45㎞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제주도의 부속섬인 추자도! 상추자도, 하추자도, 횡간도, 추포도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추자도는 제주 본섬과 거리상 멀리 떨어진 때문인지 제주도와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고 추자도를 생각할 때면 더 그립고 외로운 느낌이 들곤 한다.
추자도 신양리에는 해발 50m의 낮은 대왕산이 있다. 이 산에는 직경 5m, 깊이 1m 정도의 ‘용둠벙’(용이 살던 연못)과 좀 떨어진 곳에 직경 2.5m,길이 20m 정도의 작은 굴이 있는데 이 굴과 연못은 상·하추자도를 가까이 옮겨주고, 정성을 다하여 용으로 승천한 왕지네의 이야기가 전한다.
용이 되기가 소원인 이무기(왕지네)가 추자 앞바다에 살고 있었다. 왕지네(이무기)는 바다에서 나와 동굴 속에서 햇빛을 보지 않고 인내를 해야만 용이 될 수 있었는데 가까스로 발견해낸 곳이 대왕산의 `용둠벙"과 ‘용굴"이다. 굴이 좀 짧기는 해도 이무기가 꼬리를 감고서 들어가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어서 이곳을 거처로 정하여 은둔생활을 시작하였다.
어느 날 이무기가 `둠벙(연못)"에 나와 멱을 감고 있는데 용굴 위에 산신이 나타나,
“도(道)만 닦는다고 용이 되나? 착한 일을 해야 용이 되지."
하므로 이무기는 멀리 멀리 떨어졌던 상·하 추자도(上·下楸子島)를 가까이 끌어당겨 다정히 지낼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흩어진 40여개의 작은 섬들도 모두 상, 하 추자도와 배열이 맞게 가지런히 놓아 주었다. 횡천도(橫千島)로는 북풍을 막게 하고 추포도(秋浦島)는 가리섬과 수령섬으로 연결해 추자도(楸子島)로 밀어닥치는 파도를 막게 하고, 염섬과 다무래미섬에는 물고기들이 와서 먹이도 먹고 안심하고 놀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는 산신의 말씀대로 착한 일을 많이 했으므로 곧 용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는 푹 쉬고 있었다.
그때 또 산신이 나타나 “피곤하다고 놀지만 말고 더 열심히 일을 하라. 햇빛은 눈을 상하게 하고 비늘을 말려버리지만, 달빛은 눈을 밝게 하고 밤이슬은 비늘의 양분이 된다."고 말해주었다. 왕지네는 달밤에만 굴 밖으로 나와 여러 가지 선행도 하면서 가끔 산신에게 바둑을 배우기도 하다가 새벽이 되어 굴로 들어갈 때는 반드시 이 용둠벙에서 멱을 감았다. 그러기를 얼마나 계속했을까? 왕지네의 비늘은 용 비늘같이 되고 이무기의 눈도 용 눈처럼 광채가 어리기 시작하고, 이무기의 입도 용의 입처럼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절대 굴밖에 나오지 말고 오로지 침묵을 지키고 굴속에 숨어 있어라." 이무기가 왜냐고 물으니 “침묵을 지키고 기도하면서 굴속에 엎디어 있으면 굴 밖 머리맡에서 뇌성 치는 소리가 두 번 날것이니 그때가 바로 용이 되어 승천하는 시각이니 밖으로 나와 보거라."하였다.
왕지네는 굴속에 급히 달려가 기도를 하면서 정성을 다하던 어느 날 천지가 쪼개지는 것 같은 뇌성이 울려왔다. 왕지네는 그 순간 자신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러자 굴 위에 까맣게 돌이 놓여 있었다. 산봉우리 쪽으로 이어졌는데 이제까지도 없었던 새 길이 생긴 것이다. 드디어 용이 된 왕지네는 이 길을 거쳐 산봉우리에 다 올라가자 하늘을 향하여 펄쩍 뛰었다. 그러나 용은 쉽게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했다. 한쪽 발은 이 길에 놓여 있었으나 다른 쪽 발은 흙에 놓여 있었다. 그것은 뇌성이 두 번 울려야 굴에서 나올 것을 엉겁결에 뇌성이 한번만 울릴 때 뛰쳐나와 버렸기 때문이었다. 산봉우리까지 올라간 용은 다시 굴속에 들어와 또 뇌성이 울리기를 기다렸으나 다시는 뇌성이 울리지도 않고 지금까지 계셨던 산신마저 사라진 후였다.
뇌성소리만 기다리던 용은 외길을 통해 몇 번이고 승천을 시도하여 산위에까지 날아 올라갔다가 내려오곤 하였다. 이런 일을 끝없이 애타게 되풀이 하던 어느 날 용은 자신의 한쪽 발을 가리기 위해 안개로 발을 덮고, 나머지 한발로 이 길을 뛰어올라 하늘로 완전히 승천하게 되었다. 이 용이 하늘로 오르고 난 뒤 `용둠벙"은 옛날처럼 깊지도 않고 크기도 줄어들어 이제는 그 흔적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