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jeju

[스크랩] 도대불

속심해 2012. 11. 16. 21:19

 

 

자구내 포구는 차귀도의 푸른 신비함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포구 양쪽에 가지런히 널려 있는 하얀 한치 오징어들의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찾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런 아름다운 풍경에 뒤섞여 돌기둥 하나가 덤덤하게 서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일까? 잠깐 고민을 해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무 느낌 없이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저 있었을 것만 같은 그 돌기둥이 바로 예전 제주의 밤바다를 지키며 제주인의 삶을 밝히던 등대인 ‘도대불’이다. 영화나 CF에 자주 등장하는 요즘의 현대식 등대에 익숙해서 그런지 초라하고 볼품이 없는 모습은 처량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찬찬히 도대불을 보고 있노라면 예전의 작은 포구와 조그만 배가 가만히 머리 위에 떠오르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어촌의 정경은 고향집 앞마당 같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구한말,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생겨나기 시작한 도대불은 민간 등대인 만큼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관리를 했는데, 대부분의 도대불은 바다에 출항하면서 켰다가 배들이 다 들어오고 나면 껐고 어떤 곳은 매일 불을 밝혔다고 한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 어둠이 내려앉은 어촌에 불이라고는 이것이 전부였을 터이다. 그렇다고 해봐야 고작 마른 나뭇가지를 직접 태우거나 생선기름과 석유를 이용한 호롱불이나 등잔이 환하면 얼마나 환했겠는가. 그러나 고요한 밤, 소박한 포구에서 희미하게 자신을 태웠던 도대불은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만선의 기쁨을 가지고 달려오는 사람들의 희망이었을 것이다.

 

불이 꺼질 새라 바다에 나간 어부의 아낙이나 관리인은 추우나 더우나 도대불을 지켰고, 제주의 밤바다를 그렇게 제주 사람들과 함께 지켜오던 도대불은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어촌에 전기가 들어오면서부터 사용하지 않게 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30년 전만 해도 도대불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자리를 지금의 등대에게 물려주고 난 후의 도대는 항만시설을 확충하고 새롭게 해안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이 사라져, 지금은 한경, 애월, 조천, 구좌 등지에 몇 군데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부서지고 허물어져서 당시 삶의 빛을 냈던 흔적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들 역시 아무 의미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돌무덤이 되어가고 있다.

 

어렵던 시절, 제주인들과 함께 했던 도대는 그 불이 꺼진 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불을 밝히지 않았고 그 흘러간 시간의 골만큼 사람들에게서 도대불은 잊혀져가고 있다. 하지만 ‘도대(道臺)’ 라는 말처럼 길을 밝히는 불이었던 작지만 커다란 존재인 ‘도대불’이 우리 삶의 유산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제주시 용담동 도대불                                                        불을 놓던 도대의 윗부분(한경면 두모리 도대불)

 

        

            애월읍 애월리 도대불                                                          도대불은 우리 역사의 한귀퉁이에 뭍혀져 버렸다.

 

            참고문헌/ 이덕희. [제주의 도대불]. 도서출판 가시아히.1997.

 

 

 

자료출처 : http://blog.daum.net/blueribbon

 

 

출처 : 자파리세상
글쓴이 : 자파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