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주의 옛것 `테우`
제주의 옛것 '테우' - 제주인의 개척정신의 상징
1997년 제주도 성산포에서 출발한 테우는 한국고대항해탐험연구소에 의해 출항한지 12일만에 일본 규슈에 도착하는데 성공하여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통나무 몇 개 묶어서 만들어진 배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과연 어떤 배였기에 가능했는지 살펴보자.
통나무로 만들어진 배, 즉 원시배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B.C500여년 경부터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어 왔으며, 그중 통나무를 연결하여 만들어진 원시적인 배는 B.C5~6천년 전부터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사용되어 왔었던 것으로 보고되어 지고 있다.
그 중에서 제주의 테우는 통나무 8~10개를 연결하여 만들어진 가장 원시적인 배의 형태이며, 이와 유사한 어떠한 배보다도 가장 근래에까지 이용된 점은 특이할 만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테우를 "떼배", "테위", "테", 테우"라 부른다. 테우에 쓰이는 나무는 한라산 일대에서 자생하는 구상나무로 만들어져 왔다. 구상나무는 세계에서 오직 우리 나라 땅에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로 한라산, 덕유산, 지리산 이남에 분포하는 교목 침엽수이다. 잎의 색깔은 진초록, 잎의 뒷면은 은빛을 띠며 비비면 소나무 향같이 싱그러운 향이 난다.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 유일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구상나무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구상나무가 죽어서 제주인의 애환과 풍파를 같이 견디어 온 테우의 재료로 사용되어져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는 구상나무 구하기가 어려워 일본 대마도산 삼나무를 가지고 전통양식에 맞게 만들어 쓰여지곤 했다.
테우를 만드는 방법은 직경 7센티미터, 길이 5미터 남짓한 통나무 8~10개를 나란히 놓아 튼튼하게 잇고는 노와 국자 모양의 그물을 배의 옆에 달면 된다. 돛과 돛대가 없는 게 큰 특징이다. 테우는 주로 자리돔을 잡거나 해조류를 캐는데 이용되었는데, 사면이 바다인 제주에서 먼바다를 오갈 수 있었던 중요한 교통수단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테우가 근래에까지 사용되었던 이유는 선체가 수면에 완전히 밀착되어 웬만한 풍파도 견뎌낼 수 있으며, 해초 따위의 어획물을 넘치지만 않으면 많은 양을 적재할 수 있다는 편리한 점을 갖고 있어서이다. 그러나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여야 한다는 단점 또한 있는데, 돛을 달아 풍력을 이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위치해 있을 때 태풍이나 폭풍이 불면 재빠르게 대피를 할 수 없다는 것 또한 큰 단점이다. 파도나 물길이 센 날이면 사공은 몹시 지치게 되어 건장하고 힘이 세지 않으면 사공으로의 자격이 없다고들 한다. 테우는 출어기가 지나면 통나무를 다시 건조시키기 위해 하나하나 뜯어 말렸다가 다시 쓰곤 했다.
어렸을 적에 테우를 이용한 자리잡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여름철 잔잔한 물결 위에 그물을 드리우고 걷어내는 모습이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최근에는 어쩌다 운이 좋은 날 테우를 만날 수 있는데...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유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오늘의 제주가 있기까지 어촌의 든든한 버팀목을 해왔던 공로는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또한 비록 보잘것없는 떼배라 할지라도 면면히 흐르는 제주바다 사람들의 맥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유산임엔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의 변방이면서 홀대받고 어렵게 살아왔던 제주섬! 바람 많고 풍요로울게 없던 농토 그리고 거친 바다! 바다에서 무엇인가를 건져 올려야 했던 제주 섬사람들...이런 제주섬의 어민들은 거친 바다와의 힘든 노동과 삶의 애환을 구성진 노래 가락에 실려 보내고, 그 恨은 노를 젓는 굵은 팔뚝으로 소리 없이 전하며, 현실의 애달픔에서 오는 육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꿈을 테우의 구상나무 궂은 바닥에 토해내었을 것이다. 모질긴 섬의 운명을 탓하며...
웬만한 장정이 아니면 움직이기가 어려웠지만, 이런 테우가 있었기에 제주는 질긴 생명을 유지했을 것이며, 우리네 恨을 담아내는 도구로 이용되었을 것이다. 이는 바다와 함께 힘들게 살아온 제주도민의 개척 정신을 상징하게 되었고, 또한 이것은 제주도를 대표하여 전 세계인에게 선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의 이미지 컨셉으로 제주의 오름과 함께 떠올려졌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 글/오창현
* 사진/서재철
* 자료제공/크리어아트디자인
☞ 자료 출처 : "제주몰" www.jejum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