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리님

[스크랩] 가파도는 지금 청보리 물결이

속심해 2012. 4. 29. 20:43

 

 

가파도는 지금 청보리 물결이 가득하다.

온 섬이 초록빛 물결로 넘실댄다.

봄빛이 초록인지 초록이 봄빛인지 모르겠지만 섬 가득한 초록빛 세상에 빠져들면 봄은 눈으로, 마음으로 가득 차오른다.

 

 

 

지난해에 찾아간 가파도의 날씨가 신통치 않아 올해는 고운 봄빛을 가득 담고 올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건만 오후부터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

한라산은 고사하고 산방산조차 모습은 가려진채 송악산마저 겨우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그래도 바다를 가르며 내닫는 뱃전에서 느끼는 바람은 시원하다.

 

 

 

4월21일부터 한 달 동안 열리는 청보리축제.

가파도에 배를 내려 해안도로를 따라 걷노라니 길섶에 피어난 꽃들이 꽤나 많다.

갯완두, 암대극, 등갈퀴, 등대풀, 염주괴불주머니, 번행초...

하지만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마저 세게 불어오니 그저 눈동냥만 하면서 걸음을 옮기고 만다.

 

 

 

흐린 날씨에 안개마저 낀 상태라 보리밭의 너른 전경은 찍기를 아예 포기하고 만다.

대신 바람을 담아보고픈 욕심으로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댔지만 아직은 경험 부족과 모자란 내공 탓에 결과는 영 신통치 않다.

 

 

 

수 십 장 찍어댄 사진 중에 그래도 바람을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사진이 보이니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그래봤자 나 혼자만의 생각일테지만...

 

 

 

파란 하늘까지 어우러진 배경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날씨 탓에 사진 찍는 일을 포기하고나니 남는 건 시간뿐이다.

오후 세부터 비가 시작된다는 에보인데 낮 열두시가 조금 넘으니 되니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몰려든 대합실은 그야말로 북새통. 그곳에서 한시간이 넘게 시간을 보내고는 비를 쫄딱 맞으며 배를 타야했으니...

 

 

 

이제 멋드러진 청보리 풍경을 담는 일은 포기하기로 한다.

바닷바람 실컷 마시며 너른 청보리밭을 여유롭게 걸은 추억을 가슴에 담으면 되었지 꼭 카메라에 담아야만 추억은 아니지 않은가.

 

 

2012. 4. 29.

 

 

 

 

출처 : 자파리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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