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리님

[스크랩] 섬을 노래하다

속심해 2012. 4. 23. 21:28









꿈꾸는 섬/ 오세영

섬은 꿈꾸고 있었다
좌악 밀려오는 파도에 씻기우며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꿈속의 모랫벌에는 꿈속에서만이
사는 어부가
꿈을 낚는 그물을 깁고 있었다.
얽힌 올실을 풀며
억만겁(億萬劫) 전생(前生)의 시간을 풀며
꿈꾸는 섬의 어부는
꿈속에서 꿈을 깨고 있었다.











그래도 섬이고 싶다/ 민병도

울컥울컥 밀려드는 서러움을 길벗 삼아
시퍼런 칼날위를 목발로 걸어오는
섬이여, 그대 이름을 감옥이라 말한 적 있다.

평생을 물에 묻고도 갈증에 목이 타는,
어쩌면 나의 삶도 섬을 닮아가는지 몰라
배 한척 가슴에 묶고 기다림에 갇혀서 사는

산다는 것은 자꾸만 자기로 부터 멀어지는 것
날마다 뼈를 깎는 아픔만이 위안이지만
걸어서 갈수가 없는, 그래도 섬이고 싶다.











섬에게/ 이언빈

가슴에 무수히 돌을 얹어도
나는 가라앉지 않는다
그리움의 머리카락만
바람에 뜰 뿐
바람속에서
흰 뼈들이 삭고 있는 동안
마음만 시퍼렇게 흘러갈 뿐
아무리 숨어도
저물면
그대 눈썹에 무성한 바람일 뿐











섬/ 목필균

너와 나 사이에 비가 내린다
아득해지는 가시거리
수평선이 바다에 잠긴다

출렁이는 파도 위에 나침반을 놓는다
온종일 방향 없이 그려지는 얼굴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
너를 향해 배를 띄우지 못하고
갈매기 소리로만 음계를 탄다











섬 이야기/ 양수창

섬 안에서
섬이 된 아내와
섬이 된 내가
섬을 즐기며 산다.

섬이 섬을
끌어 안아도 섬이 된다.
섬이 섬을
들쳐업어도 섬이 된다.

섬 안에서
섬이 섬을 부르는 소리.
섬이 섬 안에서
섬을 노래하는 소리.

섬에서는
파도소리에 묻혀서
하루하루 노을이 짙어가고
섬은 마냥 행복에 젖는다.



▲ 사진은 팔영산(전남 고흥)에서 담은 다도해국립공원의 모습입니다.


출처 : 나눔 세상
글쓴이 : 자파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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