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할망신 이야기 `고냥할망`
★ 할망신 이야기 "고냥할망(새콧당)" - 침몰 직전의 배를 구한 뱀 이야기
조천리 포구<코셍이 모루>에는 ‘고냥(穴)할망’이라고 부르는 신을 모시고 있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전해져온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따라가 보자.
당은 마을 수호신을 모시고 있는 집이다. 어업이 주업이었던 제주사람들은 풍어와 무사귀환을 빌기 위해 당을 세우고 수호신을 모셨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정성스런 마음을 빌어 하루하루 거친 바다로 나가야했던 제주사람들, ‘고냥할망’이야기는 그중에서도 조천포구를 지켰던 할망신의 이야기이다.
옛날 이 마을에 사는 장씨가 배에 불을 떼는 일을 해 번 돈으로 육지에서 옷감을 사와서는 그것을 팔기 위하여 행상에 나서곤 했다. 어느 날에는 대평리엘 들렸는데, 물동이(허벅)를 등에 지고 물 길러 가는 아주머니를 만나 옷감 값을 우황(牛黃)으로 대신 받았다. 장씨는 우황과 옷감 판돈을 가지고 다시 옷감을 사기 위해 육지로 떠났다. 마침 그때, 서울에서는 관가의 외아들이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를 중병에 걸려서 별의별 약을 다 써도 낫지 않고 있던 차였는데 관가에 사는 점쟁이가 지금 당장 아무 포구에 가서 장씨 선원이 갖고 있는 귀한 약을 가져다 먹이면 이 아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하였다. 엉겁결에 가마에 타서 관가로 들어가게 된 장씨는 가지고 간 우황을 관원의 외아들에게 먹였더니만 이튿날 씻은 듯이 일어났다고 한다. 관원이 너무나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네 덕분에 내 귀한 아들이 살아나게 되어서 기쁘도다. 내 너에게 벼슬자리나 하나 내리고 싶은데, 어떤 벼슬자리를 원하는고?”
“동지(同知) 벼슬이면 족하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마. 그래도 섭섭한 게 있거든 어서 말해라.”
“예, 지금 제주도에는 흉년이 극심하여 먹을 식량이 없어 굶어죽는 백성들이 많사온데, 군량미나 좀 주시오면 더 바랄 게 없나이다.”
“오, 기특하도다. 내 그리 하마.”
관원은 상선 아홉 척을 즉시 마련하도록 하달하고, 거기에다 쌀을 가득 실어 어서 제주로 떠나라고 했다.
장동지는 부푼 마음으로 배를 띄워 제주로 뱃머리를 돌렸다. 육지 바다를 지나 제주 바다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고 엄청나게 큰 파도가 일어났다. 이때 배가 암초에 부딪쳤는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배 밑창에서 바닷물이 펑펑 솟아올라 순식간에 배가 침몰할 지경이 되었다. 뱃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우왕좌왕하기 시작하고, 장동지는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다가 하늘을 향해 꿇어 앉아 두 손 모아 빌기 시작했다.
`명천 같은 하느님아, 지혜로운 용왕님아! 저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옷감 두 필과 바꾼 우황으로 관가의 귀한동자를 살려 동지 벼슬 얻고, 굶는 제주 백성들 살리기 위하여 쌀을 실어가는 죄밖에 없사옵니다. 제발 저희들을 살려주옵소서…’
그러자 산더미 같은 물이 밀려오는 듯 하더니만 갑자기 커다란 뱀이 배 밑창의 터진 구멍으로 슬금슬금 들어와서는 맷방석 모양으로 둥그렇게 틀어 앉는 게 아닌가. 그러자 바닷물에 삼켜질 듯한 배가 서서히 바다위로 떠올라 무사히 조천 포구에 입항할 수 있었다.
장동지는 후다닥 집으로 달려가서는 급히 세수를 하고 창옷을 갈아입은 후, 부인과 함께 포구로 뛰어가 배에다 발판을 얹어 놓고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뱀신께 고했다.
“우리들을 위한 조상신이거든, 이 발판으로 조심히 내려 오십소서.”
스르르 뱀은 발판 위로 내려와 장동지 부부 뒤를 따라 나서더니 포구 옆 ‘코셍이모루’에 있는 한 구멍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이 구멍에 좌정하겠노라. 너희는 물론 이 포구에서 나가는 배나 들어오는 배나 나에게 상(床)을 바쳐야 한다.”
그 후, 이 마을 장씨 집안에서는 선조의 목숨을 구해 준 뱀신을 ‘고냥(穴)할망’이라고 해서 집안을 수호해 주는 조상신으로 모시기 시작했고, 또한 조천 포구를 경유하는 모든 배의 선주들로부터 봉제 받으며 조천 포구를 차지한 신이 되었다.